녹내장, 이것이 궁금해요
녹내장 환자, 술을 마셔도 되나요?
작성자
하아늘
작성일
2024-06-28
조회
1181
녹내장 환자, 술을 마셔도 되나요?
녹내장은 서서히 진행하는 퇴행성 시신경병증으로 주요 실명 원인 중 하나입니다.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안압하강제를 점안하여 질병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수준입니다. 따라서 안압하강제 투여 이외의 치료 방법과 환자들이 생활 속에서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생활습관 개선법에 대한 고민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습니다.

2021년 OECD 회원 국가별 주류 소비량 조사에서 우리나라 1인당 순수 알코올 소비량은 연간 7.7리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1].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고 잘 알려져 있지만, 낮은 수준의 알코올 섭취는 일부 심혈관 질환에 대한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되기도 하였습니다 [2]. 알코올이 녹내장 환자의 눈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 주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술과 안압
안압을 낮추는 것은 현재까지 그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녹내장 치료 방법입니다. 술을 마시면 안압은 어떻게 변할까요? 알코올 섭취는 일시적으로 안압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20대 한국인 남성 44명을 대상으로 20% 소주 200cc를 마시고 1시간 후 안압을 측정해 보았더니 기저안압보다 평균 1.2 mmHg 낮은 안압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하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4].

장기적인 음주가 안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50만명 이상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유전정보, 혈액검사 및 생활습관 정보를 구축한 UK Biobank database를 이용하여 알코올 섭취량과 평균 안압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주당 알코올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안압을 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그림 1]. 따라서 녹내장 환자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참고하여 음주 습관을 조절해야 하며, 특히 안압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그림1. UK Biobank 코호트에서 주당 알코올 섭취량에 따른 평균 안압


술과 시신경 혈류
녹내장 발병의 주요 원인은 안압 상승으로 인한 시신경 손상이지만, 시신경으로의 혈류 장애 또한 중요한 원인일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은 개방각녹내장 환자의 60% 이상이 정상범위의 안압을 가지고 있어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의 역할이 더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알코올은 단기적으로는 안구 및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6, 7].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될지, 알코올의 신경독성 효과를 넘어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술과 녹내장 발생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음주한 경우, 녹내장 발생의 위험도가 높아질까요? 음주와 녹내장 위험도를 분석한 34개의 개별연구를 모아 그 결과를 통계적으로 합산한 메타분석은 술을 지속적으로 마시는 경우, 금주하는 사람과 비교하여 약 1.18배 녹내장의 위험도가 높음을 보여주었습니다 [8]. 앞서 소개한 UK Biobank 연구에서도 주당 알코올 섭취량이 높을수록 녹내장 위험도가 높았습니다 [5].

술과 녹내장 치료
녹내장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들은 대부분 안압을 낮추기 위한 것이며, 이러한 약물들은 알코올과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알코올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 또한 녹내장 환자에게 중요한 고려 사항이며, 알코올 섭취가 치료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녹내장 환자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알코올 섭취를 조절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금주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녹내장을 진단받은 후 금주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2010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녹내장을 처음 진단받은 한국인 음주자 13,643명을 분석했던 연구결과를 보면, 금주를 결심한 환자들을 녹내장 진단 후에도 음주를 지속한 환자들과 비교하여 실명할 위험도가 37% 낮았습니다 [9]. 녹내장 진단 후에는 과량의 음주 뿐 아니라 소량의 음주도 실명 위험을 유의하게 높였습니다. 녹내장 진단 후 술을 끊은 환자와 비교했을 때, 과량 음주자(주 105g 이상 음주)는 실명 위험이 약 1.78배 증가했으며, 소량 음주자의 경우에도 약 1.52배 높았습니다 [그림 2].

그림 2. 녹내장 진단 후 음주에 따른 실명 위험도


결론
녹내장 환자가 알코올을 섭취해도 되는지에 대한 답변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치료 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과도한 음주는 녹내장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치료 효과를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음주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녹내장 환자는 정기적으로 안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눈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주변의 녹내장 전문의에게 문의 바랍니다. 주변의 녹내장 전문의는 한국녹내장학회 홈페이지 또는 https://koreanglaucoma.org를 방문해서 검색하세요“

참고문헌
  1. OECD Health Statistics 2023. https://stat.link/qezb0s.
  2. Alcohol use and burden for 195 countries and territories, 1990–2016: a systematic analysis for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16. Lancet. 2018.
  3. Alcohol, Vasopressin, and Intraocular Pressure. Investigative Ophthalmology & Visual Science, 1967.
  4. 에틸알골이 정상인 안압에 미치는 영향, 홍철, 대한안과학회지
  5. The Association of Alcohol Consumption with Glaucoma and Related Traits: Findings from the UK Biobank. Ophthalmology Glaucoma. 2023.
  6. Retrobulbar blood flow and visual field alterations after acute ethanol ingestion. Clinical Ophthalmology. 2013.
  7. Effect of the consumption of ethanol on the microcirculation of the human optic nerve head in the acute phase. Japanese Journal of Ophthalmology. 2000.
  8. Alcohol, Intraocular Pressure, and Open-Angle Glaucom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phthalmology. 2022.
  9. Visual Impairment Risk After Alcohol Abstinence in Patients With Newly Diagnosed Open-Angle Glaucoma. JAMA Network Open. 2023.


도움말: 제주대학교병원 하아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