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침습 녹내장 수술이란 무엇인가요?
녹내장 치료가 쉽지 않은 이유
녹내장은 매우 느리게 진행하는 시신경의 변성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시기능의 감소 속도는 시야검사상 연 약 1-2%미만으로 확인되며 말기 시야손상으로 진행하기 전까지 환자 본인이 이 질환의 악화를 감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약물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 향상을 막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의사가 적절하지 못한 안압 상태임에도 환자에게 더욱 강화된 안압하강 치료를 권하기 꺼리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최대한의 약물치료 (MTMT, maximally tolerated medical treatment)에도 반응이 적거나 약물치료에 부작용을 나타내는 환자의 경우에 더욱 강화된 안압하강 치료인 수술적 치료를 권하는 것이 적절하지만 전통적인 녹내장 수술적 치료 (conventional glaucoma surgery)인 섬유주절제술이나 방수유출장치 삽입술은 치료적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따라서, 그 높아진 위험도와 강화된 치료를 받지 않게되었을 경우 시기능 상실의 위험도를 신중히 비교하여 결정하고 환자에게 권유하는 것이 필요한데 전통적인 녹내장 수술의 높은 수술적 위험도를 감안하면 천천히 진행하는 질환의 특성상 최대한의 약물치료 상태(MTMT)에서 치료를 강화하지 않고 지켜보게 되는 것이 논리적인 결론이겠습니다.
약물치료와 수술적 치료 사이의 간극과 최소 침습 녹내장수술의 등장
위와 같은 위험도의 평가 측면에서 보았을 때, 약물치료의 낮은 위험도와 전통적 녹내장 수술의 높은 위험도 사이의 간극 (그림1)으로 인해 적절한 안압하강을 도모할 수 있는 치료적 옵션에 대한 의학계의 열망이 집약된 기술이 바로 최소 침습 녹내장수술의 등장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소 침습 녹내장수술은 말그대로 수술시 안구에 가하는 침습성을 최소화한 수술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세기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녹내장 여과수술은 20세기 중후반에 접어들며 오늘날의 모습으로 완성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수술 초기 저안압과 맥락막 박리 등의 합병증으로 인한 시력저하는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의미있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수술적 치료의 적응증에 장벽을 제공하는 부분이 되어왔고 침습성이 낮은 수술법과 수술 장치 (또는 녹내장 삽입물)의 등장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림1. 녹내장 치료 옵션의 간극
최소 침습 녹내장의 분류
최근 10여년 전부터 시작되어왔다고도 볼 수 있는 최소 침습 녹내장수술 (또는 미세녹내장수술)은 다양한 정의 방법에 의해 분류되고 있습니다만 크게 보면 현재 3가지 분류법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여과포를 형성하지 않는 수술법으로 정의하는 유럽녹내장학회 가이드라인입니다. 국내에 도입된 수술로는 ‘아이스텐트’라는 삽입물을 이용한 ‘녹내장 쉴렘관 스텐트 삽입술'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안압하강효과가 크지않고 술 후 안압약의 사용을 일부 지속해야하지만, 술 후 저안압 등에 의한 시력저하 등의 합병증이 상대적으로 적고 여과포 복원 등의 추가시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는 수술로 좁은 의미의 최소 침습 녹내장수술 정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각종 수술도구를 이용한 변형된 섬유주절개술도 이 정의에 부합하는 수술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여과포 형성이 없는 수술법 뿐만 아니라 결막절개없이 여과포를 생성하는 수술법도 포함하는 미국녹내장학회 분류입니다. 첫번째 분류에 포함된 수술법 이외에 추가적으로 ‘젠 젤 스텐트’를 이용한 ‘결막하 녹내장 스텐트 삽입술'이 포함됩니다. 이 ‘젠 젤 스텐트'를 이용한 수술법은 크게 결막절개없이 여과포를 생성하는 내부절개법과 결막절개를 해서 여과포를 생성하는 외부절개법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내부절개법만 최소 침습 녹내장수술법으로 분류하는 정의이므로 결막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여과포를 생성한다는 점에서 최소 침습적이라는 주장과 결국 결막이 여과포를 형성하면서 변형을 야기하게 되므로 침습적이라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여과포를 생성하지 않는 수술법보다는 안압하강 효과가 탁월하지만 저안압 등의 초기 합병증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며, 스텐트의 내경이 좁은 이유로 막히는 경우 재수술이나 레이저시술 등의 추가 시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셋째, 결막절개를 한 후 보다 작은 크기의 녹내장 삽입물을 이용해 여과포를 생성하는 수술법을 포함하고자 하는 분류법도 있습니다. 이 분류법은 환자에게는 기존의 전통적 녹내장 여과수술로 인한 합병증을 줄이고 의사에게는 보다 다양한 술 후 안압조절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므로 넓은 의미의 최소 침습 녹내장수술법으로 분류할 수도 있겠습니다. 국내에는 앞에서 언급한 ‘젠 젤 스텐트'나 ‘에이스트림'을 이용한 녹내장 임플란트 삽입술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에이스트림'을 이용한 수술은 내경스텐트의 유지와 제거를 통해 술 후 초기 안압을 조절하는 데에 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분류에 해당하는 수술법들은 모두 적응증이 조금씩 다르고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선호하는 수술법이 다르므로 충분한 경험을 가진 의료진과 신중한 상의 후에 결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최소 침습 녹내장수술을 선택시 고려해야하는 점
위에서 소개해드린 다양한 최소 침습 녹내장수술법의 등장으로 인해 치료의 간극을 메우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새로운 수술법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할 가장 중요한 점은 출구전략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예를 들면, ‘아이스텐트'와 같이 안압하강 효과가 적은 수술법의 경우 100% 수술 성공률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실패했을 경우 ‘젠 젤 스텐트'나 기존의 전통적 녹내장 수술을 할 수 있는 출구전략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으므로 적응증에 근접하다면 처음부터 전통적 녹내장 수술을 고려하는 것보다는 이런 최소 침습 녹내장수술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결막절개 없이 내부절개법을 이용한 ‘젠 젤 스텐트' 삽입술의 경우라면 2차, 3차 삽입술이 가능하며 이를 통한 다른 부위의 결막을 보존할 수 있으므로 다음 단계의 더 침습적인 수술이 필요한 경우 허용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점이 고려에 중요한 점이 되겠습니다.
*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주변의 녹내장 전문의에게 문의 바랍니다. 주변의 녹내장 전문의는 한국녹내장학회 홈페이지 또는 https://koreanglaucoma.org 를 방문해서 검색하세요.
도움말: 분당차병원 노승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