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이란 무엇인가요?

녹내장의 정의

녹내장은 눈 속에 있는 시신경이 점점 약해지면서 보는 범위(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병입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시신경이 서서히 조금씩 약해지기 때문에 초기에는 녹내장이 있더라도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말기가 되면 시야의 대부분이 잘 안 보이게 되고, 마지막 단계에는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녹내장을 ‘시력 도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약해지는 병인데, 아직까지는 시신경을 다시 튼튼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녹내장 치료의 목표는 완치나 호전이라기 보다는 더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입니다.

녹내장의 발생 원인

녹내장은 여러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 눈의 압력(안압)이 높아서 시신경이 기계적인 압박을 받아서 점점 약해지는 것이 녹내장의 발생과 악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눈으로 가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녹내장 발생과 악화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녹내장 악화를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안압을 낮춰주는 것입니다.
안압을 낮추기 위해서 안약을 점안하거나, 레이저 시술을 하거나, 녹내장 수술을 하게 됩니다.

녹내장의 증상

녹내장에 의한 증상은 크게 안압 상승에 의한 직접적인 증상과 시신경이 약해지면서 생기는 증상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안압이 상승하게 되면 눈이 충혈되고, 물체가 흐리게 보이고, 빛이 번져 보이고, 눈과 머리가 아프게 됩니다. 특히, 안압이 갑자기 많이 올라가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심한 통증을 느껴서 새벽을 응급실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신경이 약해지면 초기에는 막연히 흐리게 보이는 정도 외에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녹내장이 더 진행되면 물체를 볼 때 일부분이 잘 안 보이는 시야장애를 느끼게 되고, 말기가 되면 일부분만 흐리게 보이고 나머지 부분은 거의 보이지 않게 되다가 결국 모든 시야가 어두워지면서 실명까지 가게 됩니다.

녹내장이 있으면 눈이 아프고, 흐리게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눈이 아프고 흐리게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녹내장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통증과 흐리게 보이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질환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눈이 아프거나 흐리게 보여서 안과를 방문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녹내장 외에 다른 질환 때문입니다. 따라서 증상만으로 녹내장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녹내장의 종류

녹내장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당뇨망막병증, 망막혈관폐쇄, 포도막염, 외상 같은 눈의 다른 병 때문에 이차적으로 안압이 올라가면서 생긴 녹내장을 ‘이차 녹내장’이라고 하고, 특별한 다른 눈의 이상 없이 생기는 녹내장을 ‘원발 녹내장’이라고 합니다.

혈액이 몸의 여러 부위의 혈관을 흘러가면서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것처럼 눈 속에는 방수라는 투명한 액체가 흘러가면서 영양분을 공급해줍니다. 방수는 눈 속의 모양체라는 곳에서 만들어져서 눈 속의 여기저기를 흘러가다가 섬유주라는 곳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모양체는 세면대의 수도꼭지 같은 부분이고, 섬유주는 물이 빠져나가는 하수구 같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방수가 섬유주까지는 잘 흘러 오는데 섬유주 이후의 경로에 문제가 생겨서 잘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안압이 올라서 생기는 녹내장을 ‘개방각 녹내장’, 섬유주 주변의 홍채가 섬유주 입구를 막아버려서 방수가 흘러나가지 못해서 생기는 녹내장을 ‘폐쇄각 녹내장’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녹내장의 종류는 크게 ‘원발 개방각’, ‘원발 폐쇄각’, ‘이차 개방각’, ‘이차 폐쇄각’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갑자기 생기면 ‘급성’, 서서히 생기면 ‘만성’이라는 표현을 더하기도 합니다.

정상안압녹내장
정상안압녹내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녹내장으로 발생기전의 분류에 의하면 ‘원발 개방각 녹내장’의 한 종류입니다. 굳 이 정상안압녹내장이라는 이름을 따로 붙인 이유는 안압이 정상범위인 10에서 20 mmHg 사이에서 생기는 녹내장이기 때문입니다. ‘높은 안압’이 녹내장 발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정상범위의 안압에서 녹내장이 생긴다니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정상 안압’은 녹내장이 없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시신경이 약한 사람에게는 정상 범위의 안압도 높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19 mmHg의 안압이라도 시신경이 튼튼한 사람에게는 정상 범위지만, 시신경이 약한 사람에게는 높은 안압이라는 뜻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성인 1000명의 자료를 기준으로 평균 주량이 소주 반 병이라면 술이 센 사람에게는 전혀 문제 없는 양이지만, 술이 약한 사람에겐 치사량일 수도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시신경이 약해지는가?’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노화입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 의하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녹내장의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도 시신경이 약해질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 바로 근시입니다. 근시가 있는 눈은 눈이 앞뒤로 길어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시신경의 변형이 일어나면서 약해지게 됩니다. 따라서 근시가 있다면 근시가 없는 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약한 시신경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녹내장의 가족력이 있으면 더 약한 시신경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나이가 4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녹내장이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고, 특히 근시가 있거나 녹내장의 가족력이 있다면 젊은 나이라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꼭 녹내장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행히 정상안압녹내장은 대부분의 경우, 너무 늦지 않게 발견해서 꾸준히 잘 관리하면 실명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 않은 비교적 ‘순한 녹내장’의 성향을 보입니다.

폐쇄각녹내장
폐쇄각녹내장은 방수가 섬유주로 흘러가는 전방각이 막히면서 안압이 올라서 생기는 녹내장입니다.
특히, 갑자기 전방각이 막히면서 안압이 급격히 올라가는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생기게 되면 갑작스럽게 눈이 안 보이고,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체형이 다르듯이, 눈 속 구조도 사람마다 다양한데, 전방각이 좁은 모양의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폐쇄각이 잘 생깁니다. 특히, 원시(볼록렌즈 안경)를 가지고 있다면 전방각이 좁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또한 처음에는 전방각의 모양이 괜찮더라도 백내장이 점점 심해지면서 전방각을 밀어서 좁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폐쇄각녹내장은 안압을 조절하는 약물치료만으로는 효과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레이저(레이저 홍채절개술)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차녹내장
안압을 오르게 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포도막염이 있습니다.
여러 이유로 눈 속에 있는 포도막이라는 부분에 염증이 생기게 되면 염증 물질들이 눈 속을 돌아 다니다가 방수가 흘러가는 섬유주를 막게 되고, 그 결과 안압이 상승하게 됩니다. 찌꺼기들이 하수구를 막아버린 상황을 떠올리면 됩니다.

망막에 당뇨망막병증이나 망막혈관폐쇄가 생기면 부족한 혈액공급을 유도하기 위해서 눈에서 비정상적인 혈관들인 ‘신생혈관’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만약 신생혈관이 홍채나 전방각 근처에 생기게 되면 섬유주를 막고, 출혈과 염증을 유발해서 안압을 상승하게 만듭니다.

포도막염 녹내장과 신생혈관 녹내장을 치료하는 첫 단계는 원인질환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압 조절이 잘 되지 않아 결국 안압을 조절하기 위한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수술 후에도 안압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실명까지 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대표적인 ‘독한 녹내장’입니다. 따라서 포도막염 녹내장이나 신생혈관 녹내장이 있다면 다른 종류의 녹내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보다 훨씬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